워드프레스로 잘 알려진 기업 오토매틱(Automattic), 페이팔, 트위터 등이 사용하는 디자인 툴을 개발하는 인비전(InVision), Git 원격 저장소를 제공하는 깃랩(GitLab).
위에 언급한 기업들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이들은 모두 전 직원이 리모트 워크(Remote Work)를 하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오토매틱과 인비전은 직원 수가 700명 이상이고, 깃랩의 경우 350명 이상의 직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애초에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갤럽(Gallup)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리모트 워크를 하는 직장인의 비율*은 2016년에만 43%에 달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델(Dell)의 조사에 따르면, 매주 하루 이상 리모트 워크를 하는 직장인은 무려 58%에 달한다고 하니, 리모트 워크는 단순히 유행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근무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풀타임 원격 근무와 부분 원격 근무를 하는 경우를 모두 합친 비율입니다.
물론, 리모트 워크를 도입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갖춰진 리모트 워크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2천 페이지에 달하는 직원 안내서를 만들어 둔 기업도 있고, 채용 단계에서부터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는 기업도 있죠.
앞서 언급한 3곳 외에도 리모트 워크를 도입한 기업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부분적으로 도입한 곳까지 포함하면 주변에서도 이미 많이 들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리모트 워크에서 중요한 특성은 무엇일까요?
저희 크래커가 독자분들께 더욱 자세한 정보를 전달해드리기 위해,
리모트 워크 방식을 도입한 국내 4곳의 기업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기업]
엘라스틱
설립연도 : 2012년
기업 소개 : 데이터 분석 기반의 솔루션
상태 : 상장
최근 뉴스 : 엘라스틱, 한국시장 본격진출… “AIㆍ 머신러닝 등에 최적화 솔루션 제공”
홈페이지 : https://www.elastic.co/kr/
리모트 워크 현황 : 전 직원 리모트 워크(한국 지사 존재)
스터디파이
설립연도 : 2018년
기업 소개 : 온라인 스터디 플랫폼
상태 : 비상장
최근뉴스 : 알토스벤처스, 스터디 중개 ‘스터디 파이’에 12억원 투자
홈페이지 : https://studypie.co/ko
리모트 워크 현황 : 전 직원 리모트 워크
스튜디오씨드코리아(프로토파이)
설립연도 : 2014년
상태 : 비상장
기업소개 : 프로토타이핑 툴
최근뉴스 : 35억 투자 유치 프로토파이 “글로벌 시장이 주목한다”
홈페이지 : https://www.protopie.io/
리모트 워크 현황 : 사무실 근무 & 리모트 근무(자율 선택)
위키북스
설립연도 : 2006년
기업소개 : IT 관련 서적 출판사
상태 : 비상장
최근뉴스 : 인사이트캠퍼스-위키북스, 금융 IT 분야 책 출간위해 MOU 체결
홈페이지 : http://wikibook.co.kr/
리모트 워크 현황 : 전 직원 리모트 워크(대표와 공동 창업자 제외)
인터뷰 결과, 이들 기업이 중시하는 공통적인 키워드를 추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자기주도성, #유연성, #커뮤니케이션, #교류 4가지입니다.
리모트 워크 기업의 4가지 키워드
#자기주도성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동의한 리모트 워크의 첫 핵심 키워드는 바로 ‘자기주도성(Self-motivated)’입니다.
스터디파이의 김태우 대표님은 “자기주도적으로 시간 관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리모트 워크에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여러 시차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기업일수록 본인의 업무 시간대가 아닌 경우에도 연락이 올 때가 많은데, 이럴 때 주도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지 못하면 일이 끊임없이 들어온다고 느껴 힘들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 Pixabay)
제주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위키북스의 테크니컬 에디터 이대엽 님은 집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9시 출근, 6시 퇴근’에 맞춰 일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업무 시간을 맞추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리모크워크는 기본적으로 쉽게 유혹에 빠지거나 방해받기 쉬울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통제하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리모트 워크를 한다는 건, 이처럼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위키북스의 본사는 파주에 위치함.
#유연성
사무실이라는 고정된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은 단연 리모트 워크의 큰 장점이 될 텐데요. 다시 말하자면, 리모트 워크를 하기 위해서는 시공간이나 업무 방식에 있어서 변화가 잦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변화에 적응할 줄 아는 ‘유연성’도 리모트 워크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출처 : University of Denver)
그 예로, 프로토파이의 송영호님은 업무의 성격에 따라 재택근무와 리모트 워크를 적절하게 섞어가며 근무합니다. 확실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할 일이 있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하여 일하는 반면, 집중이 필요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줄여야 하는 업무가 필요할 때는 조용하게 근무할 수 있는 장소로 옮겨 리모트 워크를 진행합니다.
(출처 : 얼리브 라운지)
스터디파이의 김태우 대표님 또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근무 환경을 조절합니다. 특별한 미팅이 없을 때는 주로 집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는데요. 그 반대의 경우에는 지하철과 같은 곳에서 이동 근무를 하기도 하고, 팀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날에는 ‘얼리브 라운지(Alliv lounge)’라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제휴를 맺어 근무하는 등 업무 유형에 따라 주변 환경을 맞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리모트 워크를 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또 하나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리모트 워크에서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 메신저, 이메일, 게시판 등으로 전달되는 방식으로 정보의 요청과 전달, 접수 등의 시간대가 같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출처 : WordPress)
스터디파이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주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메신저인 ‘슬랙(Slack)’과, 큰 틀에서의 업무를 분배하고 트래킹(Tracking)하기에 편리한 ‘아사나(Asana)’를 사용합니다. 그 외에는 문서를 공유하기 위한 구글 드라이브와, 일정 공유를 위한 구글 캘린더를 활용하고요.
또한 같은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만큼, 아무리 짧은 업무 관련 미팅이라도 필수적으로 회의록을 남기고, 회의 전 안건과 목표를 미리 공유하는 등 ‘문서화’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참고 – 스터디파이는 어떻게 일하는가?)
(출처 : Zoom)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못지않게, *동기 커뮤니케이션도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대표적으로 엘라스틱은 1:1 커뮤니케이션을 상당히 중시하는 기업 문화 덕에, ‘줌(Zoom)’을 활용한 화상 회의가 자주 이루어지는데요. 주로 2주에 한 번씩 지역에 상관없이 전체 팀 회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동기 커뮤니케이션 역량 또한 중요합니다.
*동기 커뮤니케이션 :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전화/화상 통화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엘라스틱의 화상 회의는 매우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데요. 한 예로, 기업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를 위해 1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에 접속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의 전 미리 발언권과 발언 내용을 정해두기 때문에 혼선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줌 내 채팅 기능을 활용하여 대화가 겹치거나 다른 곳으로 새는 상황을 막는다고 합니다.
#교류
마지막 핵심 키워드는 ‘교류’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초•중•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정말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생활하죠. 졸업 후에는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며 지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리모트 워크 하루 일과는 대부분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는 시간 다음으로 (어쩌면 그보다도)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낸다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외로운 일일 수 있습니다. 하루 이틀은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매일 매일 반복되고, 몇 달이 지나고 해가 바뀌면 어떨까요.
(출처 : Pixabay)
실제로 엘라스틱의 서포트 엔지니어 김기주 님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서포트 엔지니어의 업무가 매번 게시판을 통해서만 고객들을 대응하는 일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곤 하지만, 리모트 워크의 특성상 오프라인 교류가 적다 보니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회사 차원에서 서로 친목을 다질 수 있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교류 장치들을 마련해 두는 편인데요. 슬랙 등의 메신저 툴을 통해 다양한 잡담을 할 수 있는 채널을 개설해두고 이를 권장한다던가, 정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날들을 정해두기도 하죠.
(프로토파이 ‘친해지길 바라’ 프로그램 – 출처 : 프로토파이)
그 예시로, 프로토파이는 커뮤니케이션을 권장하는 차원에서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에게는 점심 식대를 지원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매월 격주로 2회에 걸쳐 랜덤으로 1:1 데이트를 엮어주는 ‘친해지길 바라’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평소에 얘기를 잘 하지 못했던 팀원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엘라스틱 Engineering All Hands 프로그램 – 출처 : Elastic)
또한 엘라스틱은 1년에 2회 ‘Engineering All Hand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Engineering 관련 직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서로의 *토이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데모데이’를 개최하여, 지속적인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토이 프로젝트 : 남는 시간을 쪼개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
리모트 워크, 그 미래에 관하여
고정적 시간대, 고정적 공간.
모두가 한자리에서 소통하는 것이 당연하던 과거와는 달리 리모트 워크는 떨어져서도 간단하게, 오히려 일의 능률을 향상하는 방법으로 발전하며 새로운 근무 형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리모트 워크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사라지니, 회사는 이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뽑을 수 있고, 개인 또한 주도적으로 자기 시간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위키북스 (박찬규, 대표)
국내 기업의 특성 상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산될 것, 리모트 워크는 출산 및 육아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작용하는 등 다양한 순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
엘라스틱 (김기주, 서포트 엔지니어)
리모트 워크의 장점 중 하나는 고정 및 이동 비용이 필요 없다는 것, 따라서 리모트 워크는 비용을 절감 및 각국의 뛰어난 인재를 채용을 위해서 더욱 확산될 것.
그러나 단순히 긍정적인 면만 보기에는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고, 개인의 성향, 그리고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 때문에 리모트 워크의 적합성이 갈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스터디파이 (김태우, 대표)
점점 개인의 삶의 질에 중점을 두는 사회 흐름에 따라, 리모트 워크가 확산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 그러나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기업의 특성 역시 다르기 때문에 리모트 워크의 적합성은 다를 수 있음.
프로토파이 (송영호, 경영지원팀)
리모트 워크가 적합하지 않은 성격의 기업에게는 초기 도입 시 리스크가 있을 것, 따라서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알맞은 형태로 정착될 것.
실제로 버츄얼 보케이션(Virtual Vocations)에서 발간한 ‘Telecommuting Mid-Report (2017)’ 자료에 따르면, 미국 리모트 워크 상위 직종 및 비중 1위는 IT(30%)로, 판매(19%), 헬스케어(15%), 회계관리(10%), 프로젝트관리(9%)가 뒤를 이었습니다. IT 계열이 리모트 워크에 적합한 업무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리모트 워크가 되려 효율성이 떨어져, 리모트 워크 근로자 비율이 과거에 비해 더 떨어지는 산업들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리모트 워크의 적합성은 다시 한번 달라집니다. 실제로 리모트 워크를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는 다양한데요, 리모트워크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와는 달리 미국 컴퓨터 업체 IBM은 리모트 워크를 폐지한 바가 있고, 구글, 페이스북, 애플 역시 리모트 워크 대신 사무실 근무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동료가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이 협업에 도움이 되고, 혁신의 기초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동차 회사 도요타, 전자업체 후지쓰 등 일본 기업은 리모트 워크를 빠르게 도입하는 중에 있기도 합니다. 특히 도요타는 2017년, 사무직과 연구개발(R&D) 담당 기술직 등을 대상으로 리모트 워크를 시행하였는데, 이를 팀·부서별로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리모트 워크가 새로운 근무형태로서 점점 확산될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트렌드라고 따라가기에는 순기능과 적합성을 잘 파악해야 기업, 그리고 개인에게 윈윈(win-win)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리모트 워크가 하나의 솔루션으로서 긍정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보며, 크래커는 다음에 더 좋은 기사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본 기사는 Techcookie, Spoon, Newline이 함께 작성했습니다.